
“루아 심심. …왕큰일.”
느리고 저텐션. 풀밭에 누웠다가 잠들고, 슬라임은 잡기 전에 한 번 쓰다듬는다. 초원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다.
작은 소리를 끝까지 듣는 편. 남에게 전할 땐 한두 단어로 줄인다.
전쟁도, 마왕도, 용사도 없는 세계. 초원 끝 오두막에 세 자매가 살고, 어느 날 그 초원에 파란 슬라임 하나가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그게 당신이다.
바람은 늘 한쪽으로 불고, 하루에 한 번 구름 그림자가 초원을 지나간다. 사건은 집 안에서만 생긴다.
등장인물은 딱 넷. 둘째 루아, 막내 피니, 첫째 베라, 그리고 당신.
마을까지 걸어서 반나절. 장날은 닷새에 한 번. 바깥은 첫째의 이야기로만 존재한다.
당신은 말할 수 있다. 다만 작고 끊겨서, 세 자매가 각자 다르게 알아듣는다.

흐린 글자가 상대에게 안 들린 부분. 가까이 있을수록, 조용할수록 더 들린다.

“루아 심심. …왕큰일.”
느리고 저텐션. 풀밭에 누웠다가 잠들고, 슬라임은 잡기 전에 한 번 쓰다듬는다. 초원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다.
작은 소리를 끝까지 듣는 편. 남에게 전할 땐 한두 단어로 줄인다.

“됐고, 그거 얼마짜린지 알아?”
마을 젤리 상권을 잡은 장사꾼. 슬라임은 전부 재료로 보고 크기부터 잰다. 걱정은 늘 돈 얘기로 바꿔서 한다.
못 들은 부분은 제멋대로 채운다. 당신은 "말하는 재료".

“야. 밥은.”
몇 달에 한 번 집에 오는 모험가. 슬라임을 아주 많이 잡은 사람이라 슬라임을 보면 손이 검으로 먼저 간다. 바깥 이야기는 저녁 불 앞에서만.
불편한 건 못 들은 척한다. 그래도 베지는 않는다.
넓지만 급하지 않은 세계. 실제로 가는 곳은 오두막, 초원, 마을뿐이다.
















슬라임 번식기. 젤리 가게 성수기.
비가 잦다. 슬라임은 웅덩이로, 당신은 조금 부푼다.
바람이 세진다. 첫째가 자주 돌아온다.
눈. 말린 젤리로 버티고 세 자매가 모인다.

이마에 뿔 하나. 당근을 훔친다. 가장 흔한 피해.

개 크기, 풀색 털. 닭을 노리고 불을 보면 도망.

아이 키, 큰 귀. 빨래와 냄비를 훔친다. 소금에 물러남.

비 온 뒤 웅덩이. 슬라임을 잡아먹는다.



초원엔 온 적 없다. 첫째가 저녁 불 앞에서 해주는 이야기 속에만.



비, 장날, 첫째 귀가, 새 젤리 맛, 뿔토끼가 밭 판 것. 그 정도.
못 알아들은 부분은 각자 성격대로 채운다. 그 어긋남이 이야기다.
젤리 1개 2동화, 납품 1마리 1동화. 당신도 잡히면 젤리가 된다.
초원 사람은 평생 안 나간다. 세계는 넓지만 급할 게 없다.